[소통하는 육아법] 올바른 부모 역할과 가치관 정립이 필요한 때
단어는 의사 표현의 주요 수단이다. 생각을 담아내는 도구로써 그 사람의 정체성과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 특히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그 사람을 이해하는 단서로 작용한다. 누구나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있듯이, 부모가 아이에게 ‘미안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할 때가 있다. 그렇다면 사과할 필요가 없는 상황인데도 ‘미안해’라는 말을 무심코 내뱉는다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미안해’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이 말을 하는 순간 자신이 그 상황을 책임지는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쉽게 꺼낼 수 있는 말은 아니다. 그에 반해, ‘미안해’를 자주 사용하는 부모는 아이에게 잘못을 하지 않고도 습관적으로 사과를 한다. 가령, 아이가 대형마트에서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를 때 ‘엄마는 이걸 사줄 수 없어. 미안해’라고 한다. 공공장소에서 불편함을 느낄 때 ‘많이 힘들어? 아빠가 괜히 오자고 했지. 미안해’라고 하거나 충치 치료할 때 ‘치과 와서 싫어? 병원 오게 해서 미안해’라며 사과할 상황이 아닌데도 불필요한 사과를 한다.
이는 사과할 뚜렷한 이유가 없는데도 지나친 사과를 남발하는 것일 뿐이다. 아이가 부모의 노력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힘들어하는 상황이라면 굳이 사과할 필요는 없다. 부모가 사과할 상황이 아닌데도 자꾸 미안해하면 아이는 기분이 좋지 않거나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문제의 원인을 부모에게서 찾게 된다. 따라서 ‘미안해’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원인을 파악한 후 습관적인 사용을 자제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선 올바른 부모 역할에 대한 가치관을 확립한다. 상황에 맞지 않게 사과하는 것은 부모의 역할과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이 안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반응에 더욱 집중하면서 마치 빚을 진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특히 일하는 엄마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더 많이 해주지 못해 더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해 죄책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워킹맘의 아이는 일하지 않은 어머니의 아이와 큰 차이 없이 행복하게 자란다고 한다. 그러니 ‘엄마가 시간을 같이 많이 보내지 못해 미안해’가 아닌 ‘엄마가 일을 열심히 하고 너와 시간도 함께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이 안정적인 애착 관계에 도움이 된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표현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과할 상황이 아닌데도 ‘미안해’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기보다 상황에 맞는 알맞은 말을 해준다. 예컨대, 아이가 쓰레기를 대신 버려주었을 때 사과가 아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래서 ‘엄마가 먼저 쓰레기를 버리지 못해서 미안해’가 아닌 ‘엄마 대신 쓰레기를 버려줘서 고마워’라고 하며 스스로 앞장서서 행동한 아이를 칭찬한다. 가벼운 실수는 실수로 웃어넘기는 여유를 가질 필요도 있다. 여행 장소를 기억하지 못할 때, 하고 싶은 말이 바로 떠오르지 않을 때, 실수로 무언가를 쏟았을 때, 사과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심각하게 몰고 가지 않고 가볍게 웃어넘길 줄 아는 여유를 가진다.
누구나 완벽한 부모가 되기를 갈망한다. 하지만, 완벽한 부모는 없다. 완벽을 추구할수록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죄책감에 시달릴 뿐이다. 부모는 실수를 반복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법이다. 아이에게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해야 할 때도 있지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다.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는데 필요한 것은 죄책감이 아닌 굳건한 믿음과 사랑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말하기 강의를 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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