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의 사례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육진흥원이 어린이집 교사들과의 심층면접 등을 거쳐 제작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권리보호 핸드북'에 담긴 사례 가운데 하나다.
최근 학교와 유치원에서 학부모 등에 의한 교권 침해 사례가 잇따라 불거진 가운데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권리 보호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어린이집 보육 교직원은 31만1천996명이다. 여성이 30만1천494명으로 대부분이다.
3년 주기인 전국보육실태조사의 최신(2021년) 결과에 따르면 보육교사의 30.1%가 어린이집 내에서 혹은 부모로부터 권리를 침해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권리 침해 주체는 부모가 71.9%로 가장 많았고, 원장이나 대표자 등이 33.0%였다.
복지부가 보육교사 권리보호를 위해 지난 4월 발간한 권리보호 핸드북에는 부모의 무리한 요구나 폭언 등 실제로 교사들이 겪은 권리 침해 사례들이 담겼다.
김모 교사는 만 3세 반 활동으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보자고 했다가 한 부모로부터 '글씨도 모르는 아이에게 책을 읽자고 한 것은 아동학대'라며 당장 중단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모 교사는 어떤 부모가 밀키트를 주면서 '아이가 이 음식을 좋아하니, 점심시간에 별도로 조리해서 주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기저귀를 갈 때는 꼭 목욕까지 시켜달라는 식으로 내 아이만 특별히 챙겨줄 것을 요구하거나, '아이들을 너무 놀리기만 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정당한 보육활동에 간섭하는 사례도 있었다.
정부도 보육교사의 권리 보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어린이집 교사들과 만나기도 한 이주호 부총리는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유치원과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어린이집) 교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복지부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교육부가 곧 발표할 교권보호 종합 대책에 보육교사 관련 내용도 담길 것"이라며 "보육활동 과정에서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데도 과도하게 아동학대 신고 등에 시달리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유치원이나 학교보다도 학부모의 아동학대 우려가 크다는 점과 원장 등 사용자에 대한 권리 침해 사례도 많다는 점 등을 대책 마련 과정에서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함미영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장은 "소위 '갑질 학부모'는 손에 꼽히는데 모든 학부모가 갑질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안타깝다"며 "학부모의 무리한 요구가 있을 때 원장은 뒤로 빠지고 교사에게만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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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