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각층의 시민사회가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저출산 대책의 문제를 열 가지로 정리해 발표했다. 이들은 저출산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2일 오전 10시 서울 여성미래센터 소통홀에서는 여성노동연대회의, 이주가사돌봄시범사업저지 공동행동, 주4일제 네트워크 외 14개 단체는 '정부 저출생 대책 비판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기자회견은 정부의 저출생 대책이 잘못된 이유를 10가지로 구분하고 비판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다. 아울러 제대로된 저출생 대책의 핵심은 '노동' '성평등' 에 있음을 강조했다.
김자영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 3대 핵심 분야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접근은 불평등과 불안을 초래하는 사회 구조와 일터와 일상에서의 성별, 계층, 인종, 지역 간 심화된 갈등을 도외시하고 있다. 이는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사회 통합을 저해할 위험을 내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제 성장과 물질적 부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경제 체제는 돌봄의 위기를 초래했다"라며 "가족, 시장, 기업, 국가가 가정과 시장의 돌봄을 조화롭게 연결하고 북돋을 수 있는 ‘돌봄 경제’를 중심에 놓고 돌봄의 책임과 의무를 공유하는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일부 근로자에만 유효한 일·가정 양립 정책, 저렴한 돌봄 서비스 공급, 돌봄과 양육을 보편적 권리가 아니라 특권으로 만드는 정책은 여성과 남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내국인과 이주민, 저소득 가구와 고소득 가구 간 갈등만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오경진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이번 대책에서 '성평등'이 삭제됐다고 지적하며 "저출생을 진정으로 ‘반전’시키고 싶다면, 정부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취임 지난 2년 동안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고 있는 것, 각종 정책에서 ‘여성’과 ‘성평등’을 지운 것, 한국의 시민들을 넘어 유엔과 국제사회까지 극심히 우려하고 있는 거듭된 ‘성평등 정책전담부처 폐지’ 시도, 그리고 무엇보다 소위 말하는 성별갈등 프레임을 조장하고 굳히며, 연대와 상생, 평화라는 단어 대신, 무한경쟁과 대립, 혐오, 차별의 방향으로 몰아감으로써, 이 사회를 더욱 살 만하지 않은 사회,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회로 만들고 있는 점, 그럼으로써 더욱더 여성들이 생존 전략이자 인생의 너무나 합리적인 결정으로써 비출산을 선택하도록 만들고 있는 점에 대해 진지한 성찰과 반성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시현 공무원노조 부위원장(성평등위원장)은 "공무원의 정책은 예산을 반드시 수반해야 한다. 저출생 대책으로 내세운 정책들은 상당수가 예산을 수반해야 가능한 것들이다. 지속적인 법인세 인하, 상속세, 양도세 감세 등으로 세수가 40조 이상 부족한 상황에서 예산은 어떻게 충당할 것이며, 정책은 어떻게 추진한다는 것인지 ‘국가 돌봄’이라고 생색 내기만 하고 예산을 전부 지자체나 교육청으로 떠넘기는 것은 아닐지 또한 의심스럽다"라며 "국민 대다수가 정책의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닌, 대기업·정규직 맞춤지원형, 단차성 현금지원 정책으로 출생률이 올라갈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노동시장 안의 구조적 차별을 없애기 위해 국민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민주적 논의의 절차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출처 :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