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미루는 '혼인 지연' 현상은 제1차 기본계획에서부터 주요 정책문제로 인식됐지만 정책 도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했다. "단기적 성과 창출에 집중하고,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는 데 소극적인 경로의존적 정책결정의 결과"라며 "혼인 지연·감소는 주거, 노동, 지역이동, 가치관 등 다양한 요인이 얽혀있어 단기적으로 성과를 창출하기 어렵다"고 김지영 기자는 보고서를 통해 전했다.
김지영 기자는 "혼인 감소는 뒤늦게서야 정책 문제로 인식되고, 수도권 인구집중은 제4차 기본계획까지 문제로도 인식되지 않았던 반면에 출산 감소는 실제 심각성과 무관하게 모든 기본계획에서 주요 정책문제로 인식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졸속으로 또는 편견적으로 정책문제를 정의할 때 정책문제를 틀리게 정의할 수 있으며, 애초에 틀린 정책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정책이 실패할 위험이 커진다"(사공영호, 2015)는 타 논문의 내용을 인용했다.
또한 김지영 기자는 "어떤 정책이나 제도가 특정한 경로에 진입하면 나중에 그 경로가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인지돼도 기존 경로에서 이탈하지 못하는 관성"을 뜻하는 '경로의존성'(윤광재, 2023)을 언급하며, "재정 투입으로 비교적 단기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출산 감소와 달리, 취업과 주거, 가치관 등 여러 요인이 얽혀있는 혼인 지연·감소는 개별 정책으로 해결이 어려운 구조적 문제다. 이는 정부가 그간 혼인 지연·감소를 정책문제로 인식하면서도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김지영 기자는 "저출산 대책이 실패한 데는 잘못된 정책문제 인식과 경로의존적 정책도구 활용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책도구는 실체적 정책문제가 아닌 인지적 정책문제에 의존적이므로, 잘못된 정책문제 인식은 효과적인 정책도구 발굴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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