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육아법] 긍정적 별칭으로 아이를 불러주는 것의 효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이름을 불러주는 행위는 무의미했던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임을 말해준다.
별칭을 불러주는 행위 또한 그 사람을 의미 있는 존재로 만들어준다. 별칭은 그 사람만이 가진 성격, 행동, 말투 등을 반영해 하나의 단어로 담아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는 부모에게 어떤 별칭을 사용할까. 지역의 한 교육행정기관이 4개 초등학교 총 472명 학생들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부모의 호칭 및 별칭을 분석한 결과 ‘어머니, 아빠, 예쁜 엄마, 사랑하는 아빠’ 등과 같이 중립적이거나 긍정적 어휘를 대부분 사용했다. 소수이긴 하지만, 부정적 뉘앙스의 별칭을 사용하는 학생도 있었다. 아빠는 ‘늑대’, ‘잠꾸러기 대마왕’, ‘담배사랑’, ‘대왕문어’, 엄마는 ‘나쁜 엄마’, ‘마녀’, ‘여우’, ‘쇼핑맨’ 등으로 저장되어 있었다. 이러한 별칭들은 아이가 평소에 느꼈던 부모의 모습이나 양육 태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부모는 아이에게 어떤 별칭을 사용할까. 아이의 별칭은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부여받기 시작한다. 바로 태명이다. 이후 아이가 태어나면 이름이 가진 의미, 발음, 어감 등을 고려해 평생 불려질 이름을 짓는다. 그러나 온 가족의 축복을 받고 지어진 이름은 아이가 자라면서 사랑과 다정함이 아닌 부정적 감정을 담아 전달되기도 한다. 평소에는 이름 두 글자만 불렀지만 이름 앞에 성을 붙여 ‘○.○.○!’이라고 소리치거나 비인격적 호칭에 해당하는 ‘야’, ‘너’라고 할 때도 있다. 그리고 ‘공주님’, ‘왕자님’, ‘크게 될 아이’, ‘사랑둥이’와 같이 긍정적인 별칭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아이의 단점을 상징하는 ‘못생긴 돼지’, ‘뻥쟁이’, ‘고릴라’, ‘멀대’ 등을 별칭으로 사용할 때가 있다. 이러한 별칭은 아이의 잠재의식에 영향을 미쳐 사랑스러운 아이가 될 수도 있고, 부정적인 자아 개념을 형성할 수도 있어 되도록이면 긍정적 별칭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긍정적 별칭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아이의 단점보다는 장점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영 유아기 때는 아이가 스스로 해야 할 기본 생활 습관을 중심으로 수식어를 붙여 표현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양치 습관’, ‘정리 습관’, ‘식사 습관’, ‘수면 습관’, ‘배변 습관’ 등이 있다. 아이가 골고루 음식을 먹으면 ‘골고루 무엇이든 잘 먹는 ○○’, 양치를 잘하면 ‘양치를 잘하는 ○○’, 시간 약속을 잘 지키면 ‘약속을 잘 지키는 ○○’, 정리를 잘하면 ‘정리대장 ○○’ 등의 수식어를 붙여 별칭을 만들 수 있다. 부모가 매번 일방적으로 별칭을 짓기보다는 아이가 원하는 별칭을 불러줄 수도 있다. 아이에게 ‘뭐라고 불러줄 때가 가장 좋아’ 또는 ‘뭐라고 불러줄까’라고 물어본 후, 아이가 원하는 별칭이 있다면 그렇게 불러줄 수도 있다. 가족끼리 둘러앉아 별칭 짓기 놀이를 할 수도 있다. 아이가 생각하는 가족의 이미지를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한 후, 적절한 별칭을 적고 하루 동안 서로의 별칭을 불러보는 것이다.
서로에게 알맞은 호칭을 부르는 것은 소통의 출발점이자 관계 형성의 기본이다. 그리고 아이에게 적절한 별칭을 불러주는 것은 부모의 관심과 사랑에서 시작된다. 긍정적 별칭을 불러주는 행위는 아이 스스로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고 인식하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한다. 그렇게 부모가 말하는 대로 기대한 만큼 아이는 변화하고 성장해 나갈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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