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언제나 당신이 옳다’라는 책에서 이런 말을 한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미래는 테러, 범죄, 실업, 환경오염, 불평등, 빈부격차 등의 문제가 더 지독해질 것이라고, 그래서 이러한 현실에 좌절하거나 체념하기보다는 자존감이야말로 미래를 낙관적으로 살아갈 힘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 점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은 건강한 자존감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아이의 자존감은 부모가 하는 말에 따라 높아질 수도 있고 낮아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이의 자존감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부모의 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미래 직업을 묻는 말이다.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는 어릴 적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이다. 직업이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는 주된 요소라고 판단하도록 유도하는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아이는 세상에 존재하는 직업을 많이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 외관상 멋있게 보이거나 부모가 원하는 직업을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대통령’, ‘경찰관’, ‘의사’, ‘선생님’, ‘소방관’, ‘과학자’, ‘축구선수’ 등이 있다. 이렇게 하나의 직업으로 자신을 규정해버린다. 물론 미래 직업을 구체화할 수 있는 질문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찾고 설계하는 것은 아이에게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아이가 선택한 직업은 자신의 정체성이 되어버려 미래의 진로 수정이 어려워질 수 있고, 꿈을 지나치게 정형화해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새로운 직업은 계속 생겨나고 있다. 20년 뒤에는 어떤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지 모른다. 따라서 아이 스스로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둘째, 편견이 담긴 말이다. 예컨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그런 사람은 없어’, ‘그건 틀린 생각이야’, ‘너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원래 그런 거야’ 등이 있다. 이러한 표현은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서둘러 판단을 내리는 행위를 반복하게 하고, 타인의 취향과 차이를 인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에 반해 어릴 때부터 타인과 자신은 무엇이 다른지 생각할 시간을 가지며 자란 아이는 자신의 의견에 대한 비난에도 기죽지 않는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미래 사회는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협력해 나갈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런 사람도 있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야’라는 말로 타인을 이해하는 포용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정답을 요구하는 말이다. 만약 아이가 무지개의 색을 빨주노초파남보로 표현하지 않았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무지개는 그렇게 그리는 것이 아니야’라고 한다면, 아이의 창의력과 상상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미래 사회는 무한한 창의력과 상상력을 요구한다. 따라서 ‘맞다’, ‘틀리다’는 잣대로 평가하기보다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라고 하며 기존에 있던 개념이 아닌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아이의 생각을 정서적으로 지지해준다. 아이만의 남다른 시선과 표현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생각이 되고, 아이 고유의 색깔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발상의 폭을 제한하지 않고 아이만의 생각을 존중해 주었을 때, 실패에 대한 걱정 없이 자신의 독창성을 충분히 발휘하고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라고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를 모두 실천하기 위해서는 부모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부모의 자존감은 아이의 자존감과 같다. 자존감은 지식의 영역에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부모의 자존감이 아이의 자존감에 끊임없이 영향을 준다. 그래서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고 싶다면 부모 스스로 건강한 자존감을 갖추어야 한다. 이렇게 됐을 때, 아이도 자기답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 나갈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출처 :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